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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rk/Self Reflection(회고)

삶의 지도_계속 불안해할렵니다

새벽에도 일어나게 하는 짜증나는 불안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불안감이 많은 편이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은 당연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다가 새벽에 깨서 교과서가 등교 가방 안에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다. 여행을 가도, 영화를 봐도, 축구를 해도, 나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마땅한 취미생활이 없다. 고등학생 때는 나의 불안감을 증오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도 수능이 불안해서 시험이 끝난 날에도 다른 아이들과 PC방이나 노래방을 가지 않고 독서실로 향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나의 불안감을 지우거나 해소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불안 해소 방법론을 옛날부터 찾았기 때문에 20대부터는 TV나 신문에서 스트레스 줄이는 법, 불안감 해소 방법 등을 언급하면 뻐큐(?)를 날리고 채널을 돌리거나 무시했다. 그러한 삶을 영위하던 중 군대에 입대했다. 나는 사병이 아닌 장교(ROTC)로 입대를 했다. 지금은 복무 기간이 줄어들었지만 당시에 ROTC는 공무원처럼 돈을 벌면서 복무 의무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 효율의 선택이었다. 어쩌면, 결혼하기 전, 조금이라도 먼저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해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선택에 한몫했다. 

 

지워지지 않는 불안감이 행운이라고 발견한 순간

입대 후 2년 차 때, 나는 단기 자원이었지만 부대에서 인정을 받아 소대장에서 연대급 인사장교로 직무를 바꿨다. 근무 시간은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챙겨야 할 업무가 많이 늘었었다. 부동산, 재정, 인사, 군수 등 '최후방' 부대의 특성답게 여러 업무를 병행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내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불안감이 많은 진따답게 하루에 챙겨야 할 업무가 15~17개라면, 하루에 챙겨야 할 업무를 빠짐없이 다 완수하고 내일 해야 될 업무도 불안해서 2~3개 더 하고 퇴근했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군 복무를 하다 보니 연대장님이 나를 제일 먼저 알아봐주셨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하고, 항상 사무실 불을 제일 마지막에 소등하는 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셨다. 당연히, 출근 전 아침 운동을 하시고, 퇴근 후에는 사모님과 부대 순찰 겸 산책을 하시는 연대장님과 활동 시간대가 맞아서 인정 받기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장기 자원한테만 주는 표창을 휩쓸고 연대장님의 애정 원픽이 되어 성과 평가도 부대 1등이 되었다. 전역을 할 때는 부대 모든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셔서 연대장님도 군 생활 동안 이렇게 전역 축하를 많이 받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전역 후, 서울로 향하는 차를 타면서 내가 왜 이렇게 인정을 받을까 생각을 해봤다. 

 

"불안해서 완성했다."

 

내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나는 단순히 불안해서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하고 공문서를 두세 번 봤다.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훈련 시뮬레이션을 하고 매뉴얼을 작성하고 전파했다. 매일 불안해하고 매일 미래를 걱정하다보니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터질 사고도 막으면서 계획을 세웠다. 어쩌면 나의 불안감은 부모님이 나에게 물려주신 최고의 자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불안감을 이용하기 시작한 나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SSAFY (삼성SW아카데미)에 들어가서 개발을 배웠다. PM이라면 개발 지식이 있어야 될 것 같은 나의 불안감에 비롯된 귀여운 계획(시니어 시선에서 보면) 이었다. 취업을 하고나서부터는 불안감 때문에 타 부서에 메시지를 돌리고 스케줄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입이지만 PM이 되었다. 그리고 좋은 회사에서 입사하게 되었다. 지금 회사에서도 불안감 덕분인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불안을 실력으로 승화시키는 나의 프로세스

 

위 사진은 불안감에서 비롯하는 나의 사고 및 액션 프로세스이다. 가방에 교과서가 있는지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벌을 서지 않았고 수업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사실 이전부터 불안감을 나의 실력으로 승화하고 있었다. 불안감으로부터 시작했고 아직 나의 불안감은 연속적이다. 그래서 지금도 남들보다는 조금이나마 성실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이제는 오히려 나의 불안감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불안감을 잃을까봐 불안해한다. 

 

계속 불안해할렵니다

나는 지금도 불안하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인가? 효율적인가? 매출을 잘 만들고 있는 것인가? 등등... 그래서 글또에 지원하면서 나의 업무 불안감을 진정시키고자 한다. 글을 주기적으로 쓰면서 회사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설득력을 갖추고 깊은 사고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관철하는 힘을 기를 것이다. 그리고 글또가 가진 네트워킹을 통해 다른 사람이 업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하는지에 느끼고 체화하고 싶다.

 

그런 다음, 내가 진짜 잘하는 PM인지를 깊게 사고하고 싶다.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나를 체크하고 다음 불안의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일단은 그렇게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