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비스 기획이나 PM들과 얘기를 해보면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이 많다고 느낀다. 좋은 인재들의 존재 덕분에 프로덕트의 수준도 매우 높다. 심지어 LLM의 등장으로 프로덕트의 완성도와 개발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실패하는 프로덕트는 끊임없이 나온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마케팅에 실패했을 수도 있고 경쟁사의 등장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뜬금없이 정부 규제에 영향을 받아 런칭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PM들이 간과하는 것은 거시 경제(매크로)이다.
내가 6개월 동안 준비한 식당이 있다고 치자. 맛있는 음식들을 개발했고 인테리어에도 많은 돈을 썼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훌륭한 직원도 뽑았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식당이 문을 연 시기가 2020년 1월이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을 것이다. 혹은 고금리 시대에 고급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매출 부진을 겪었을 것이다.
이처럼 거시경제 환경은 개별 프로덕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강력한 배경이 된다. 특히 시중 유동성은 프로덕트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평일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만 영업하는 식당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 시간대는 기본적으로 손님이 없다. 마찬가지로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시기에 대중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한밤중에 영업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소비할 여력이 없는 고객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프로덕트를 유동성(돈의 양)이 없는 시기에 출시하는 것은 업무 지구에서 새벽 1시 ~ 오전 7시까지만 오픈하는 식당과도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PM이 주목해야 할 핵심 거시 경제 지표를 내가 꼽자면 기준금리와 통화량(M2)이다. 기준금리는 돈의 가격이고, M2는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이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거나 소비한다.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지갑을 닫는다. 2022-23년 고금리 시대에 부동산 중개 앱들의 성장이 멈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통화량(M2)은 더 직관적이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진다. 2021년 코로나 시기 정부의 돈 풀기로 M2가 급증했고, 주식투자 앱과 배달 앱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대로 2023년 통화량이 줄어들자 구독경제는 빠르게 위축됐다. 즉, 돈이 비싸지고 줄어드는 시기에는 실용성과 가성비를, 반대의 경우엔 프리미엄과 차별화를 강조해야 한다.
< 정리 >
A) 금리 인하 → 유동성 증가 → 예비 고객들이 돈이 많아진다.
B) 금리 인상 → 유동성 하락 → 예비 고객들이 돈이 적어진다.
물론, 금리 인상과 인하가 돈의 유동성을 직관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기준금리 조정만으로 통화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중 통화량이 줄지 않고, 반대로 금리를 내려도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이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코리더 시스템에서 플로우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는 이번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와 통화량의 관계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M에게 기준금리와 M2는 여전히 핵심 지표다. 이 두 지표는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심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6-12개월의 시장 분위기를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단, 과거처럼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닌,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거시 경제 지표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산업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구분할 수 있다. 호황기에는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여행과 레저 관련 서비스도 성장한다. 반면 불황기에는 중고거래와 할인 플랫폼 같은 실용적인 서비스들이 주목받는다.
따라서 PM은 이러한 경기 변동에 맞춘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 경기 사이클에 따른 가격 정책 조정
- 프리미엄/실용 라인업의 탄력적 운영
- 마케팅 메시지의 시의적절한 변경
결국 PM은 뛰어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의 거시적 흐름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덕트의 완성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장의 거시적 흐름에 맞는 프로덕트인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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